글쓰기 연습-모형 비행기

바튼홀, 코넬 대학교에 있는 거대한 실내 육상 운동장의 이름이다. 운동장이라기 보다는 스테이디움에 가깝다. 홀의 반정도 면적을 차지하는 중앙 녹색 바탕에는 여러가지 각종 육상에 필요한 마킹이 되어 있다. 주변으로는 농구대 4대가 넓게 퍼져있고, 높이뛰어넘기에 사용할만한 듯한 패드도 주위로 있었다. 그 녹색지대 주위로는 크게 육상 트렉이 원주한다. 육상 트렉의 지름 밖으로는 1층 관중석과 2층 관중석 그리고 점수판등이 나열되어 있다.

천장은 개패식으로 평상시에는 거대한 지붕의 형태로 닫혀 있다.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천장이 열리는 방식은 지붕의 꼭대기 모서리가 좌악 하고 갈리면서일 것이다. 마치 소포 박스를 열어 볼 때 처럼 말이다. 그런 거대한 지붕이 소포박스가 열리는 듯이 소박하게 열리다니 조금 뭔가 원시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통쾌해서 한번은 보고 싶은 광경이다.

일요일 오후라서 아무도 없을 것을 기대하고 그곳에 갔는데,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았다. 트랙을 달리는 사람들, 장애물 달리기 연습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함께 농구하는 학생들. 물론 열성적으로 운동을 위해서 온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랑 한가하게 운동을 즐기거나, 밖에서는 할 수 없는 취미 활동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취미 활동 중에 내 눈에 띈 것은 RC비행기 두대 였다. 두명의 학생이 자신들의 RC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RC비행기는 위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실내를 맴돌고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밖에서 날리는 것이 더 재미있겠지만, 오늘은 눈이 와서 여기까지 들어온 것인가 보다. 비행기는 참 잘 날았다. 딱히 조종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 학생들은 이륙부터 시작해서 착륙까지 잘 조종하고 있었다. 재미있어 보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에는 열정적이였다. 같은 또래 애들은 후레시맨이나 지아이조 같은 로보트 물이나 특공대물을 좋아 하곤 했는데, 나의 관심은 항상 비행기에만 있었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 한 말도 비행기가 아니였을까 싶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일기를 쓰게 됬는데, 뭘 쓸까 하고 고민하면 머리속에는 ‘비행기’라는 단어만 맴돌고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서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엑스윙에 빠져버렸다. 날개가 두개 였다가 X자로 펴져서 4개가 되는 전투용 우주선. 정말 멋있었다.

그때 루카스 아츠의 엑스윙 파이터즈라는 386세대 컴퓨터 게임이 나와서 생일날 선물로 사달라고 졸라서 받았다. 밤 10시에 집에 돌아와서 게임을 작동시켜 봤는데 무엇이 잘 못 된건지 게임이 작동이 되지 않았다. 한 한 두시간 혼자서 작동을 시켜 보려다가 집을 나가 옆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거기에는 컴퓨터를 잘하는 통통한 형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답하지 않아서 돌아와서 또 혼자 설치 해보려 하다가 실패하고 옆집에 가서 또 초인종을 눌렀다. 두번 세번 네번. 혹기 거기 누구 있어요? 저 진혁인데요, 문좀 열어주세요라고 구걸 하면서. 하지만 대답은 그 옆집이 아니라 우리집에서 온 아버지의 무서운 목소리 였다. 새벽 2시에 남의 집 초인종을 열번도 더 넘게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그날 엑스윙 파이터즈 게임 CD는 두조각났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화를 내시면서 CD를 손으로 깨트릴려고 하셨는데 막상 깨지지는 않고 구부려 져서, 가위로 자르셨다. 무서우면서도 그런 상황이 조금, 아니 굉장히, 웃겼다. 게임에서라도 엑스윙을 한번타 봤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고무줄 비행기를 날리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고무줄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프로펠러 조립식 모형 비행기를 많이 가지고 놀았다. 혼자서 만들면 균형도 잘 않 맞고 그래서 금방 떨어져 버리곤 했지만, 자주 우리집에 오던 손재주가 좋은 이모부가 균형도 잡아주고 부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고 해서 멀리까지 날아가는 모형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때에는 아파트 12층에 살던 때인데, 그런 모형 비행기를 배란다에서 날려 버리고는, 온동내 그것을 찾으러 다니고는 했다.

모형 비행기는 가격이 약간 비싸고 조립도 힘들었지만, 스티로폼으로 된 글라이더는 조립도 쉽고 가격도 저렴했다. 얇은 스티로폼 몸통에있는 홈에 얇은 스티로폼 날개를 끼우고 몸통 앞쪽에 무게추 역할을 하는 두터운 플라스틱을 달면 완성 이였다. 동력원은 따로 없이 그저 손으로 날려 주면 그만인 잔난감 이지만, 생각보다 잘 날았다. 금방 망가지고 매번 다른 스타일에 조금씩 다른 버전이 나와서 정말 많이 사서 가지고 놀았다. 나중에는 새로운 디자인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앞에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다. 비행기를 날리거나 프로펠러에 바람을 불면 휘이잉 하고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형태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디자인은 비행에 있어서는 공기에 저항이 되는 형태로 비행기에는 동력을 저하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치만, 그 가짜 프로펠러는 분명 그 잃은 동력 만큼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를 아이들에게 주었던 것 같다.

고학년이 된 후 가족여행으로 비행기를 처음 타 보게 되었다. 창문자리에 앉아서 눈을 크게 뜨고 날개를 주시하고 있었다. 날개의 끝 부분은 언제나 빨간 불이 빛나고 있었고, 날개 중간으로는 비행기의 운행을 조종하는 판들이 있었다. 창문에 입김이 서리고, 압력차로 귀는 아프고 했지만, 비행기를 열심히 관찰했다. 날개의 조종판이 살짝살짝 움직이는데, 내 심장박동도 살짝 살짝 요동 첫으리라.

뿐만아니라, 날고 있는 푸른 하늘 밑으로는 구름의 계곡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구름은 너무나도 넓게 퍼져 있고, 온 세상을 덮고 있어서 마치 천국에 온 듯 했다. 가끔가다 구름이 없는 부위는 마치 구름동산에 있는 오아시스와 같이 느껴졌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 이였다. 그 여행에서도 비행기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하고는 어디를 가서 무엇을 관광하든 그 비행기를 소지하고 다녔다.

이모부는 프라모델 비행기 제작에 전문가 이셨다. 이모부는 정성들여서 조립하고 스프레이를 사용해 색까지 칠한 조립 비행기들을 집 천장에 실로 가득 달아 놓으셨다. 처음 그 광경을 본 날 나는 숨이 넘어갈 뻔 했다. 조립비행기 박물관 같았다. 이모부에게 반해 버린 날이다. 너무 멋있었다, 비행기도 이모부도.

고등학생이 되어선, 컴퓨터로 가상의 비행기를 날려 보고 싶었다. 물리적인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내가 디자인 한 비행기를 가상에 띄우는 것 이다. 그러나 그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너무 어려웠다. 공기의 운동법칙 같은 것도 잘 알고 있어야 했고 프로그래밍도 그렇게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대신에 공을 띄웠다. 가상 비행기는 만들지 못한 대신에 물리적인 시뮬레이션을 한 탁구게임을 만들었다. 탑스핀과 발리와 같은 형식의 특이한 공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 했다. 비행기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대학교는 그렇게 접하게 된 컴퓨터 과학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절망도 많았지만 더 많은 꿈도 꾸게 되었다. 그런식 이였다. 내가 상상했던 방향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었던 일들, 좋아하던 것들은 항상 나를 움직여 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좋아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바쁘고, 다른 할 일들이 있어도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것을 그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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